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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시승기

미완성 전기차, 기아 레이 E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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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오종훈 작성일11-12-26 06:17 조회14,179회 댓글1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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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허벌판엔 강추위가 맹위를 떨치고 있었다. 현대기아차 남양기술 연구소 프루빙그라운드엔 10대의 레이 전기차가 도열해 있었다. 일 년전 현대차가 만들었던 전기차 블루온을 만났던 바로 그 자리다. 이번엔 전기차 레이. 기아차의 작품이다.
전기차 레이는 경차 레이에 엔진과 변속기를 빼고 리튬이온 배터리와 전기 모터 등을 넣은 차다. 겉모습은 똑 같지만 내용은 완전히 다른 차다. 벌써 두 번째 만나는 국산 전기차다.
기아차는 한국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임을 강조하고 있다. 경차 레이와 같은 생산라인에서 혼류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것.
하지만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일반 소비자들은 이 차를 사기 힘들다. 아니 불가능하다. 너무 비싸 정부의 지원금을 보아가면서 가격을 결정해야 할 정도다. 4,000만원 전후가 될 전망인데, 아무리 전기차라지만 그 돈 주고 누가 ‘레이’를 살까. 결국 지방자치단체와 공공기관들이 세금 지원을 받아 비싼 전기차를 굴려야 한다. 아직은 우리에게 먼 전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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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고해서 전기차 레이의 의미를 평가절하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필요한 과정이다.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나가야 한다. 국산차 최초의 양산 전기차임을 자처하는 전기차 레이도 아직 결승점에 도착한 건 아니다.  최초니 최고니 공치사 하기엔 갈 길이 멀다.


본격 시승이기보다는 잠깐 맛보는 정도의 시승이어서 차의 성능을 깊이 느끼지는 못했다. 하지만 중요한 부분들을 체크하고 살펴보기엔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레이는 아직 내연기관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백 수십 년 동안 자동차 산업을 지배해온 내연기관의 패러다임을 벗어나기를 두려워하는 것처럼 엔진과 변속기를 얹은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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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에 시동키는 왜 필요할까. 키 박스에 키를 넣고 돌려 시동을 거는 이그니션 키를 그대로 가져왔다. 전기차의 키는 ‘스위치’다. 전원을 ON 시키면 되는 것. 플라이휠을 돌려 엔진을 강제 구동시키는 것과 비교할 수 없이 단순한 과정이다. 레이의 시동키는 여전히 엔진 구동차의 틀에 갖혀있음을 보여주는 소품이다.
변속레버도 마찬가지. 변속레버야 말로 전기차에선 필요 없는 부분이다. 변속기가 없는데 무슨 변속레버가 필요할까. 전기차는 모터가 회전수를 높이면 고속주행이 가능하다. 중간에 기어를 바꿀 일이 없다. 후진할 때에는 모터를 역회전 시키면 된다. 주차, 주행, 후진 정도의 기능을 갖추면 되는 것. 기아차는 여기에 브레이크 모드를 더해 변속레버를 만들어 장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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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를 돌려 전원을 넣고 달리기를 시도했다. 경차 레이보다는 훨씬 경쾌하다는 느낌이 강하다. 가속페달을 밟는데 반응이 빠르다. 울컥거리는 현상도 없이 부드럽게 속도를 높였다.
속도계는 제법 빠르게 움직였다. 시속 100까지는 무난하게, 그 이상에선 조금 힘들어하면서 시속 120km까지 달릴 수 있었다. 제원표상의 최고속도는 시속 130km.
전기차 레이의 이 같은 성능은 가장 현실에 부합한다. 시속 200km를 달리고, 5초 만에 시속 100km에 도달하는 괴력을 가진 차들이 달려야 하는 도로가 허용하는 최고속도는 시속 110km에 불과하다. 결국 최고속도 130km의 전기차는 사람들의 눈에 무척 허약해 보일지 모르지만 가장 현실에 부합하는 성능을 가졌다고 할 수 있다.
시속 20km 미만의 저속에서는 엔진 소리를 낸다. 보행자 안전을 위해 일부러 만들어낸 소음이다. 운전석에선 듣기 힘들고 차 바깥에 나오면 잔잔하게 자글거리는 엔진소리가 들린다. IMG_1599.JPG


저속 주행을 할 때엔 매우 조용하다. 이 때문에 바깥 소음이 더 크게 들린다. 속도를 올리다보면 리어 휠 하우스 주변을 타고 노면 잡소리가 실내로 파고드는 소리가 들린다. 고속으로 접어들면 바람소리가 커진다. 엔진소리가 사라져 저속에선 조용하지만 그 이상 속도를 올리면 잡소리, 바람소리가 도드라진다.
가속 중에 변속충격이 없는 부분은 전기차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부드럽고 일관된 느낌으로 고속까지 치고 올라간다. 고속 엘리베이터를 탄 듯 한 느낌이다.
레이 EV는 1회 충전을 통해 139km까지 주행이 가능하며 급속 충전시 25분, 완속 충전시 6시간 만에 충전이 가능하다. 이 정도 성능이라면 일상 생활에서 사용하는 데 충분한 성능이다. 하지만 히터와 에어컨을 사용해야 하는 겨울, 여름철엔 상황이 달라진다. 배터리 소모량이 커지면 주행가능거리가 짧아진다. 게다가 충전소가 거의 없어 위급상황에서 대처할 마땅한 방법도 없다. 내년까지 약 2,000여 곳의 충전소를 세운다고 하니 불편함이 많이 개선되기는 하겠다. 충전소를 이용할 때에는 집에까지 갈 정도의 전기만 충전하면된다. 충전소보다 싼 가격에 집에서 충전할 수 있어서다. 충전소의 효율성도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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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전기차는 실생활에서 편하게 이용하기 위해선 아직 해결해야 할 문제들이 많다.
전기 가격도 그렇다. 기아차에서는 연간 몇 백만 원의 연료비를 아낄 수 있다고 하지만 전기요금 누진제를 적용하면 계산은 복잡해진다. 전기차에 대한 전기가격도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 따라서 전기차의 경제적 가치를 지금 계산한다는 것은 시기상조다.
전기차 레이의 가격은 아직 미정이기도 하거니와 일반인에게는 의미 없는 가격이다. 너무 비쌀 것이기 때문이다. 배터리 가격이 워낙 비싸기 때문.
한국 최초의 양산형 전기차라고 자랑하고 있지만 전기차 레이 역시 아직은 일반인들이 탈 수 없는 미완성 작품이다. 아직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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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종훈의 단도직입
레이의 출력은 68마력. 일 년전에 나왔던 현대차 블루온의 81마력 보다 오히려 약하다. 왜 그럴까. 이 질문에 개발을 담당한 기아차 임원은 Kw와 마력을 혼동해 데이터를 잘못 읽을 게 아니냐고 했다. 배터리와 변속기 등을 똑 같은 제품을 사용했는데 그럴 리가 없다는 것.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실제로 레이의 출력이 블루온에 못 미친다. 담당 임원이 이를 모르고 있었다. 코미디다. 그리고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왜 똑같은 부품을 쓰면서 나중에 나온 레이가 먼저 나왔던 블루온보다도 출력이 한참 뒤지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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